부울경을 빛낸 출향인 <42> 강호찬 넥센타이어 대표이사 부회장
노사화합·스포츠경영 도입… 친환경 타이어로 성장 가속페달

 

‘넥센(Nexen)’은 ‘Next century’의 약자다. 다음 세기를 바라본다는 의미다. ‘넥센’은 1942년 흥아고무공업으로 시작했다. 1956년 전후 국내 첫 자동차용 타이어를 생산했다. 2000년 ‘넥센타이어’로 사명을 변경했다. 1971년생 젊은 대표 강호찬 부회장(51)은 ‘넥센’이 변화의 물결을 타기 시작하는 2001년 합류했다.

넥센타이어는 2004년 경남 양산에 1100억 원을 투자해 제2 공장을 증설했다. 2010년 창녕공장에 이어 2019년 체코에 유럽 생산기반을 구축했다. 현재 양산, 창녕, 중국 칭다오, 체코 자테츠의 4개 공장에서 연간 4550만 개 각종 타이어를 생산한다. 2000년 연간 매출액 2064억 원에서 2019년 2조223억 원으로 10배 이상 성장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해운 물류비 증가와 원부재료 상승 등 부담이 컸다. 2020년 매출이 17%나 감소했다. 위기경영전략이 빛을 발했다. 2021년 2조 원대 매출을 회복했다. 1995년 1억 달러, 2019년 10억 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현재 북미 유럽 중국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등 전 세계 150여 개 국에 수출한다.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약 80%에 달한다. 20여 년 전 8%이던 내수시장 점유율은 25%를 찍었다. 국내 4300명, 해외 2700여 명으로 약 7000여 명 임직원이 근무한다. 넥센중앙연구소는 미국 독일 중국 등 글로벌 R&D 센터의 허브로, 친환경 혁신 재료의 연구개발이 이뤄진다. 넥센타이어는 포르쉐, 아우디,지프, 램, 크라이슬러, 피아트 등 세계 굴지 자동차에 공급된다. 국내 점유율 3위, 글로벌 타이어 랭킹 20위다. ‘고용창출 우수기업’에 최다 선정됐다.

2021년 넥센타이어는 새로운 비전과 브랜드 슬로건을 발표했다. ‘Next Level Mobility for All’(모두가 누릴 수 있는 모빌리티 세상을 만들어 갑니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기술과 혁신적인 서비스를 기반으로 누구에게나 이동이 일상의 즐거움이 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넥센타이어는 혁신적인 이동의 시대에 걸맞은 서비스를 선도하는 회사를 꿈꾼다. 국내 타이어 업계 최초로 미국 도심항공교통(UAM, Urban Air Mobility) 스타트업 회사 ‘ANRA Technologies’에 투자한 것도 이의 연장이다.

강호찬 넥센타이어㈜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20여 년 변화와 성장의 선두에 서 있었다.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기업가 정신이 필요한 시기다”는 그를 지난달 25일 서울 마곡 산업단지에 있는 넥센유니버시티 1층 북카페에서 만났다.

-‘더 넥센 유니버시티’가 인상깊다.

▶연면적 5만7171㎡ 지하 2층 지상 8층 규모의 넥센이 꿈꾸고 지향하는 미래가치 혁신과 소통이 잘 구현된 글로벌 연구 허브다. 양산 및 창녕기술연구소, 독일의 유럽기술연구소, 체코·미국·중국기술연구소를 통합 관리하는 중앙연구소다. 2019년 4월 완공했다. 내가 설계사를 붙잡고 함께 씨름했다. 내 삶의 지향과 넥센의 경영전략이 두루 반영됐다. 이곳은 연구·관리·영업이 다 함께 있다. 잘못하면 끼리끼리만 보게 된다. 만나지 않을 수 없도록 동선을 설계했다. 3층 중정(中庭) 옆 모든 길(도로)이 연결돼 있다. 글자 그대로 유니버시티다.

타이어가 달릴 도로를 사내에 구현해 모든 직원이 소통하는 길을 냈다. 모든 직원이 이 중정으로 한꺼번에 다 나올 수도 있다. 지을 때 직원들 근무 공간이 가장 좋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복지 차원에서도 일하는 환경에 대한 고려가 중요하다. 주말에는 직원들 아이들도 와서 놀 수 있게 만들었다. 30명 규모 사내 어린이집도 인기가 높아 입학 경쟁이 치열하다. 8층에는 이슬람인을 위한 기도실이 있다. 지향하는 가치는 시설과 공간 구현이 전제되지 못하면 무의미하다.

-친환경 재료 연구에 진력하는데.

▶재활용 원재료 비중을 늘려나가려 한다. 석유 및 화학 자원 비중은 줄여간다. 대신 지속 가능한 원재료 사용 비율을 점차 늘린다. 자연 및 바이오 자원에서 새로운 재생가능 원료를 발굴한다. 다양한 친환경 재료 적용을 위한 피로·마모·제동·연비 등의 타이어 성능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폴리머·필러·오일에서 코드까지 친환경 재료로 전환을 위해 다양한 기술을 개발할 것이다.

-스포츠를 경영 전반에 적용한다.

▶개인적으로 거의 모든 스포츠를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태권도를 배웠다. 중학교 가면서 다른 종목으로 바꿨다. 스노보드는 스무 살 때 시작해 지금도 한다. 나의 경영에 자연스럽게 스포츠가 들어와 있다. 넥센에는 사내 운동 동호회가 굉장히 많다. 한때는 양산 공장에만 야구팀이 무려 9개 있었다. 우리 축구팀은 전국 1등 하는 실업 축구팀이다. 나 역시 스노보드 등의 동호회에 참가한다. 직장은 생활 터전이고 인생에서 비중이 굉장히 크다. 일하면서 보람·행복도 느끼지만, 스트레스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삶의 원동력으로서 스포츠를 통해 각자 삶을 발전시키게 해주고 싶었다. 영국과 미국, 독일과 체코에서 지역별로 차별화된 스포츠마케팅을 펼친다. 이를 통해 브랜드의 글로벌 인지도 또한 높아진다.

-넥센타이어㈜의 글로벌화가 본궤도에 올랐다.

▶2018년 9월 독일에 유럽 R&D 센터, 그해 12월 미국 R&D센터를 신축 완공했다. 미주 시장이 전체 매출의 30% 정도로 성장했다. 2019년 유럽 중심부 체코에 공장을 세웠다. 인력 조달 및 배후 여건이 최적화된 국가다. 반경 400㎞ 내 30개 (자동차 관련) 제조사가 있다. 현재 550만 개 생산 능력을 갖췄다. 유럽에서 본격 성장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독일 프리미엄 카 메이커인 포르쉐의 ‘카이엔’, ‘마칸’에 이어 지난해 ‘파나메라’에 신차용 타이어 공급을 시작했다. 아우디는 A3에 이어 올해 A6에 넥센타이어를 쓴다. 2차 증설을 마치면 연간 1100만 개 타이어 생산이 가능하다. 본격적 글로벌화는 사내에서도 빠르게 진행됐다. 외국인 임원 두 명을 채용했더니 처음에는 한글 회의자료만 있어 외국인 임원들이 난처해했는데 2년쯤 지난 지금 전부 영어로 바뀌었다. 외국의 우리 바이어들도 계속 이곳으로 초대했다.

-노사 협력과 투명경영의 대표 기업이 된 비결은 뭔가.

▶조합원들 삶의 많은 부분을 이해하면서 속 깊은 대화를 한다. 이는 노사관계에서 큰 힘이 되어주었다. 자라면서 다양한 환경과 개성을 가진 친구를 만났다. 이런 경험이 타인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사회생활에서도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하고 알아듣는 것이 기본이다. 노조와 1년에 몇 번씩 만난다. 같이 소주 한잔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아예 다 까놓고 이야기한다. 회사는 매달 경영보고회를 통해 경영실적을 전 직원에게 투명하게 공개한다. 분기별 노사협의회에서 투자계획 등을 노조와 상의한다.

-나이 마흔에 중용을 삶의 좌우명으로 삼았다.

▶맹자 논어 등에 동양철학에 관심이 많았다. 좌우명을 마흔 살 넘어 찾았다. 중용이다. 욕심을 부리면 물이 넘치고 욕심을 안 부리면 목이 마르게 된다. 적절하게 인생을 살면서 넘치지 않고 모자라지 않는 가운데를 지키며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전제 조건 하에서는 혼자서 햇빛만 본다고 그 인생이 행복해지지 않는다. 교감도 필요하다. 교감하며 살다 보면 상대적 비교를 하게 되고 비교하다 보면 욕심이 생기고 욕심이 과하면 상대를 해칠 수 있다. 욕심을 줄이고 상대방과 교감을 잘해가는 것이 중용의 핵심이라고 본다.

고려대 영문과와 예일대 로스쿨을 나온 국제변호사 아내와 중학교 1학년 딸, 초등학교 5학년 큰아들, 5살 막내아들이 있다. 대학 때 요트부에서 만난 선후배와 지금도 함께한다. 만남과 처신에 관해 그때 배웠다. 동양철학 김형철 교수가 가장 오래 내 삶에 남아 있는 스승이다.

-부울경 후배들을 위해 한마디 해달라.

▶어떤 관점에서 보면 MZ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많은 기회를 가지고 있다. 예전에도 빈부 격차는 있었다. 문화적 격차도 있었다. 수도권·비수도권 차이가 엄청나게 컸다. 반면 문화적 격차는 상당히 빨리 줄어드는 것 같다. 이전에 없던 1 대 1 소통 창구들(SNS)이 많이 생겼다. 누가 어떤 인생을 사는지 쉽게 많이 볼 수 있게 됐다. 이것이 어찌 보면 매우 큰 기회가 될 것이다. 그 기회를 잘 선별할 능력만 키우면 좋겠다.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이나 역할은 반드시 있다. 디지털, SNS 시대 특성을 잘 활용해 추구하는 삶의 성공을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


◇ 강호찬 대표이사 부회장은

▷1971년 부산 출생 ▷학력 : 부산고, 연세대 경영학과, 서울대 경영대학원 졸업 ▷경력 : 대유리젠트 증권 근무(1999.3), 넥센타이어㈜ 재경팀 입사(2001.3) 넥센타이어㈜ 경영기획실 상무(2003.2), 넥센타이어㈜ 영업본부 상무(2005.7), 넥센타이어㈜ 영업본부 부사장(2006,2), 넥센타이어㈜ 영업부문 사장(2009.1), 넥센타이어㈜ 전략담당 사장(2010.1), 넥센타이어㈜ 대표이사 사장(2016.2), 넥센타이어㈜ 대표이사 부회장 (2019.3~) ▷수상 : 무역의 날 산업 포장(2016.12), 제 11회 EY 최우수기업가상 패밀리 부문(2017.11), 한국윤리경영대상 투명경영부문 대상(2018.2), 제55회 무역의 날 9억 불 수출탑(2018.12), 제56회 무역의 날 10억 불 수출탑(2019.12), 제 33회 한국노사협력대상(2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