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을 빛낸 출향인 <33> 법무법인 (유)충정(HMP) 목근수 대표변호사
의료 분야 전문 변호사 “글로벌 제약사 다수 고객으로 뒀죠”

 

한·EU(2011), 한·미국(2012) 법률시장 FTA(자유무역협정)는 발효된 지 10여 년이 됐다. 30여 개 외국 로펌이 한국에 이미 진출했다. 국내 시장은 사실상 전면 개방에 가깝다. 그럼에도 여전히 외국 로펌의 지분, 의결권과 수익 분배의 제한 철폐요구는 진행 중이다. 완전 개방에 대한 마지막 이슈가 대두되는 시점에 이른 것이다. 법률시장의 특성상 시장이 존재하는 국가의 언어 장벽으로 외국 로펌이 내국(內國) 로펌에 관해 우월한 경쟁력을 갖는 것은 ‘본질적’으로 매우 어렵다.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일부 해외 로펌이 채 10년을 넘기지 못하고 이미 철수했다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이로써 이제까지의 국내 법률시장 완전 개방에 따른 우려는 대부분 불식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로펌이 신속하게 대형화와 전문화, 국제화로 대응한 것이 이런 추세에 주효했던 것은 물론이다.

법무법인 (유)충정(HMP)은 법률시장 완전 개방 시대를 이끌 글로벌경쟁력을 가진 대한민국 대표 로펌 중 하나다. 1993년 설립돼 다국적 기업과 의료·제약 부문에 특화된 중견 전문 로펌이다. 부산 출신으로 1983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목근수(64) 변호사는 1988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가 된 후 ‘충정’의 설립에 구성원 변호사로 공동으로 참가했다. 2008년부터 3인 공동 대표의 일원이 됐다. 그는 지난 30여 년간 국제거래 법률시장의 최일선에서 외국 로펌과 협력하고 경쟁하면서 그들의 국내시장 장악을 저지한 주인공 중 한 명이다. 업계에서 다양한 경험과 국제감각을 갖춘 변호사로 평가받는다. 의료와 제약 분야에 특화된 국내 최정상급 전문 변호사이기도 하다. “법률시장 개방에 대한 일부의 우려가 애초부터 기우였다”고 말하는 그를 지난 5일 서울 태평로 2가 신한은행빌딩에서 만났다.

-외국 로펌의 국내 진출은 더는 두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가장 효율적인 외국 법률시장 진입방식은 현지(국내) 유능한 로펌과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우리의 해외 진출전략에도 같이 적용된다. 법률 시장은 어디에서나 당연히 내국 로펌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국내 로펌의 대형화와 전문화, 국제화가 가속화되는 시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의 경우가 이를 잘 말해준다. 국내 법률시장은 사실상 토종 로펌의 독점적 시장이다. 외국 변호사, 외국 로펌이 한국의 변호사 자격을 얻어 한국의 법률 해석, 적용에 관한 경험을 국내 로펌 이상으로 축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법에 관한 한 한국 고객뿐만 아니라 외국 고객도 국내 진출 외국 로펌을 이용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법무법인 (유)‘충정’(HMP)의 설립 배경이 궁금하다.

▶1983년 무렵 서울 남산의 국제빌딩에 ‘김장리’라는 로펌이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로펌이다. 나는 변호사로서 1983년에 그 ‘김장리’에서 첫 출발 했다. 나중에 ‘충정’의 실질적인 설립자가 된 황주명 변호사가 1992년 합류하면서 ‘김앤황’으로 바뀌었다. 1993년에 또 한 번 나누어졌다. ‘김’은 현재의 법무법인 ‘양헌, KIM CHANG&LEE’으로, ‘황’은 ‘황목박’(황주명 목근수 박상일)으로 분할됐다. 창립멤버 세 사람의 영어 이니셜을 딴 ‘충정’(HMP)으로 해 지금의 법무법인 (유)충정(HMP)의 모태가 만들어졌다. 1995년에 법인으로 바뀌었지만 이름은 ‘충정’으로 유지했다. 첫 설립 때 변호사는 20명 정도였다. 2009년에 강남의 ‘한승’을 합병, 110명 정도 됐다. 2016년에는 가장 많은 115명가량 됐다. 그 후 회사의 나가는 방향을 조정하면서 전문직 숫자가 줄어 지금은 70명쯤 된다. 숫자로는 이전의 7, 8위에서 10위권 밖으로 나갔다. 지금은 숫자로 따지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매출액은 지면상으로 밝히기는 어렵다. 상위 4, 5위 그룹 대형 로펌의 변호사 1인당 매출액은 5억 원 정도라고 추산된다. 그에 비하면 우리가 다소 적은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로펌 수익 측면의 한계(분기점)로 보는 것이 매출액 기준으로 1인당 3억 원 이하가 되면 대개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한다. 충정은 굉장히 오래되었고 따라서 오래된 고객도 많다. 애초 외국계 회사로 시작해서 외국계 기업이 많다. 이전의 한국 회사들은 법률 자문을 쓰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최근 들어 한국기업의 법률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의 신뢰가 높은 로펌으로 유명하다.

▶‘충정’의 차별성은 설립 이후 30년간 개척하고 축적해온 글로벌 서비스 역량과 풍부한 국제업무 경험이다. 1990년대 초 회사 설립부터 현재까지 30여 년간 함께해 온 충정의 고객이자 나의 고객이기도 한 제약과 반도체 업계의 다국적 기업이 많이 있다. 제약·의료기기·바이오·의료기업 및 기관의 국내외 영업에 대한 인허가 소송 특허 약사법 관련 법률 서비스 제공에 국내 최선두의 자리에 늘 있었다. 대형 로펌 중 최초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전담팀도 있다. 환경 에너지 ICT 등 4차 산업의 기반이 되는 혁신기술산업 분야 역시 전문 팀을 구성해 경쟁력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외형과 규모 중심에서 탈피하는 구조조정을 한 차례 마무리 지었다. 2014년 영국계 글로벌 로펌인 버드 앤 버드( Bird & Bird) 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몇 년간 업무 협력 및 변호사 파견, 교류했다. 10년 이상 된 고객 비율이 전체 고객의 50%가 넘는다는 것만으로도 ‘충정’의 법률서비스에 대한 평가는 분명하다고 본다.

-주로 의료와 제약 분야 전문변호사로 활동했다.

▶법무법인 (유)충정 3인 대표의 한 사람으로서 외국계 기업, 일반회사 법률자문 및 M&A, 외국인투자 업무를 총괄 지휘하고 있다. 다국적기업의 국내 직접투자, 국내 지사 설치, 한국기업과 합작법인 설립 또는 기존 기업의 외국인투자기업 전환 문제 등이 주된 과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국내 상법, 세법 및 공정거래법, 각종 규제에 따르는 기업구조 결정, 합작 투자나 경영에 관한 협상 및 계약 체결, 관련 인허가의 취득, 법인 설립 및 투자 업무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3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다국적 제약회사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세계적 제약회사 머크(Merck Sharpe & Dohme)사의 한국 현지법인 설립과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설립을 자문했다. 얀센, 아스트라제네카, 길리어드 사이언스 등 유명 다국적 제약회사가 국내시장 진출 초기부터 현재까지 함께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유수 대학병원에 특화된 전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 때는 부산지사도 있었다.

▶1999년에 부산지사를 개설했으나 운영난으로 2001년에 문을 닫아야 했다. 기회가 된다면 부산지역 시장환경에 맞게 금융 부문에 전문성을 갖춘 지사의 재설치를 고려할 수 있다. ‘부울경 메가시티’ 출범이 그 계기를 촉진할 것이다.

-화목한 가정과 좋은 친구들과 함께 성장해 왔다.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 가난이 가난인 줄도 몰랐다. 나는 3남 1녀 중 셋째다. 위로 누나와 형이 있고 아래 동생이 있다. 형은 서울대 치대를 졸업한 치과의사다. 동생은 고려대 의대를 졸업한 내과 전문의다. 둘 다 서울에서 개원해 진료하고 있다. 나 또한 의료인은 아니지만 변호사로 전문 분야가 의료와 제약이다. 세 형제가 서로 전문지식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다. 아버지는 경남 김해 장유면 출신으로 동아대 법대를 졸업 후 한국전력에 근무했다. 아버지는 79세, 어머니는 82세를 일기로 오래전 작고하셨다. 부산고 동기로 김정훈·윤영 전 국회의원, 대법관을 지낸 김신 교수가 있다.

-고향 부울경이 새해부터 하나의 광역도시로 출범한다.

▶수도권 집중 현상이 나날이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사업의 필요성은 크다고 본다. 다만 성공적인 메가시티 조성을 위해서는 추진 방향에 관한 시·도민의 충분한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정부 주민 학계지역기업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부산을 중심으로 한 동남해안벨트는 우리나라가 대양으로 뻗어 나가는 글로벌 전진기지다. 세계적인 컨벤션 시티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2030 부산월드엑스포의 성공적 개최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고향 후배에게 한 마디 남겨 달라.

▶21세기 인류의 지식의 폭과 깊이는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한 우물만 파고 살기에는 너무 길고 아까운 인생이다. 두 개 이상의 전공을 선택하길 권한다. 훨씬 풍요로운 삶이 될 테니까. 일흔의 나이에 해외로 유학 가 물리학 박사학위를 한 법조 선배도 있더라. 나도 양자역학을 더 공부하고 싶었지만 아직 이루지 못했다. 법조 분야 아닌 새로운 한 가지 분야를 더 했더라면 지금의 내 시야와 관점도 달라졌을 것이다. 또 다른 세상을 보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 목근수 대표변호사는

▷1957년 부산 출생 ▷학력 : 부산중앙초 배정중 부산고 서울대 법학과 졸업, 미국 조지워싱턴대 법학석사 ▷경력 : 제23회 사법시험 합격, 제13기 사법연수원 수료, 변호사 개업(김 &황),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 취득, 법무법인 충정 설립(구성원 변호사로 참여), 충정 대표변호사 ▷기타 : Bird & Bird 와 전략적 제휴 체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