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을 빛낸 출향인 <44> 신용삼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
뇌혈관 시술 개척자 “부산, 아시아 의료허브 가능성 충분”
뇌혈관 치료는 고도의 긴장과 집중을 요구한다. 미국의 경우 신경외과 의사는 다른 의사에 비해 10배 이상의 급여를 받는다. 수련 과정도 진료도 그만큼 어렵고 힘들다. 한순간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래도 때론 실수하고 그 결과는 치명적이다. 신용삼(58)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연세대 의대 신경외과에서 수련했다. 최고의 신경외과 의사가 되고 싶었다. 당대 최고로 평가받는 이규창 교수가 스승이다. 이 교수는 국제뇌혈관학회장(1997~2000)을 역임했다. 1981년부터 이 교수는 주한 미 8군 전용 121병원 자문의사로 활동했다. 이 병원의 의사는 전원 미국 군의관이다. 신경외과만 예외다. 잘 나가는 신경외과 의사가 먼 한국까지 와서 일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신 교수는 1994년 1월부터 1996년 4월까지 미 8군 병원 신경외과 과장을 지냈다. 한국에서 유일무이하게 주한 미군을 진료하는 신경외과 의사가 됐다. 본격적인 근무에 앞서 미국 워싱턴주 매디간 군인병원에서 3개월간 초빙의사로 연수했다. 근무 기간 종종 한국에서 군용 헬기에 환자를 싣고 용산에서 오산으로 날아갔다. 군 수송기에 올라 몇 차례 하와이 후송병원을 오가기도 했다.
모교로 돌아와 1999년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기대했던 모교 교수 자리는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위기로 날아갔다. 오래전부터 마음에 두어왔던 신경중재 분야 임상강사로 자원했다. 처음 내딛는 그 길은 외로웠다. 일찍이 교수가 된 동기들을 병원에서 오가며 마주하기 어려웠다. 두 길을 가며 철저히 혼자가 됐다.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신 교수는 이 어려운 길을 걸었다. 신경중재 분야 영상의학 임상강사 과정을 신경외과 전문의로 국내 처음 수료했다. 더 많은 공부를 어렵게 해냈지만 자리 잡기는 더 힘들었다. 마침 신생 아주대학병원에서 받아주었다. 혈관 파트장으로 2001년부터 2008년 8월까지 신경외과 조교수와 부교수를 지냈다. 뇌혈관 분야 수술과 시술을 동시에 펼칠 수 있었다. 2008년 9월부터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2009년 3월부터 뇌졸중 센터장을 맡아 본격적인 ‘성모병원 시대’를 열었다. 심뇌혈관센터장(2014), 심뇌혈관병원장(2017~2021)을 지냈다. 뛰어난 한국 뇌혈관 시술 능력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애쓰는 그는 현재까지 수술 2700례, 시술 3300례 등 약 6000례의 뇌동맥류 환자를 치료했다. 신 교수를 지난 3일 서울성모병원 연구실에서 만났다.
-아무도 가지 않은 낯선 두 개의 길을 걸었다.
▶새로운 길을 가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신경외과와 영상의학과 두 분야에서 최고의 능력을 갖추려 노력했다. 막상 돌아보면 어려움보다 이를 극복한 자부심이 더 크다. 질병을 치료하는 데 수술과 시술의 능력보다 환자를 병이 아닌 그 사람을 먼저 살피면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카고 대학병원에서 위어 교수를 만났다. 당시 나는 뇌혈관 수술 분야에서 모교 교수로 자리 잡으려 했다. 그러나 그는 “내가 네 나이라면 수술 아닌 시술을 전공하겠다”고 했다. 그 말이 내 인생을 바꾸었다. 신경외과 의사로서 머리를 절개하고 수술한다. 그러나 더 많이 수술이 아닌 시술로 환자에게 최고의 치료를 한다. 아주대가 내게 교수로서 신경외과의 새로운 영역을 열어갈 수 있도록 길을 터주었다. 2001년부터 아주대학병원에서 뇌혈관 수술 및 중재시술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재임 중 뉴욕의 베쓰 이스라엘 병원으로 건너가 신경중재술의 대가인 베렌스타인 교수에게 1년을 더 배웠다.
-서울성모병원의 심뇌혈관센터장, 심뇌혈관 병원장을 지냈다.
▶새로 개원한 본원의 뇌졸중센터와 심뇌혈관센터를 전담했다. 나중에 심뇌혈관병원으로 승격했다. 다른 병원과 달리 심장 및 뇌혈관, 대동맥 말초혈관 질환을 전공하는 교수들이 함께 수술에 참여한다. 고난도의 뇌혈관 심혈관 대동맥 질환의 협진을 통해 치료하는 국내 최초 심혈관병원이다. 100명 안팎에 머물렀던 뇌동맥류 치료 환자가 연간 500~600명으로 획기적으로 늘었다. 그중 머리를 열지 않는 시술이 약 70%다. 한때는 낯설었던 중재시술을 많은 신경외과 의사가 한다. 가톨릭의대 산하에 8개 병원이 있다. 우리나라 신경외과 의사의 10분의 1을 여기서 배출한다. 내 환자가 나를 찾아오는 것이 내가 존재하는 이유다. 치료 결과가 나쁜 환자도 있다. 그 환자 보호자가 나를 볼 때는 죽고 없는 그들의 가족이 생각날 수밖에 없다. 두려움도 많고 굉장히 조심스럽다. ‘뇌동맥류의 혈관 내 치료 및 뇌졸중 스텐트에 관한 것’ 등 뇌졸중과 뇌혈관 협착, 뇌간의 치료를 활성화하는 다양한 시술법에 관한 연구에 필요한 논문을 발표했다. SCI급 150편에 달한다.
-부산에서 오는 9월 뇌혈관 내 시술 중심의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
▶고향 부산에서 그간 내가 쌓아 온 경험과 지식을 기반으로 국제학회를 열고 있다. 이번이 여섯 번째다. 2016년부터 매년 성과와 경험을 공유하는 국제학술대회(Busan Bi-Neurovascular Symposium)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으로 열었는데, 외국 의사 150명이 참가했다. 올해는 9월 23~25일 벡스코에서 개최한다. 일본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태국 인도 싱가포르 등에서 의사 200~300여 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뇌혈관 질환의 인터벤션(중재시술)이 중심 주제다. 이를 위해 사단법인 이도(二刀)를 세웠다. 두 칼이라는 의미다. 수술이라는 칼과 시술이라는 또 다른 칼을 가진 신경외과 의사를 국내외에서 양성하고 지원한다. 부산시민을 위한 교육도 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를 무상으로 치료하기도 한다.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보건의료와 바이오를 선도하는 국가로 가야 한다.
▶오늘 아침에 외래환자 70여 명을 진료했다. 처음 온 환자가 스무 명 정도다. 대부분이 지방에서 온 환자다. 지방에서 열심히 하는 의사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병도 무조건 서울에서 치료하려고 한다.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의료는 강제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의사와 전문가의 손에 맡겨두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수가 체계와 진료 보상방식으로 간다면 한국 의료는 바탕에서부터 무너질 것이다. 밤을 새워 수술하고 생명을 담보해야 하는 의사나 오후 5시면 퇴근하는 의사의 보상에 차이가 없다. 그사이에 의료의 본질을 담당하는 진료과들이 무너지고 있다. 더 미룰 수 없다.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 합리적인 보상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지난 수십 년, 특히 외과 영역의 의사에 관한 제한이 너무 많다. 지원은 없다. 글로벌 경쟁의 관점에서 규제를 풀고 합리적인 보상을 서둘러야 한다. 물이 있어야 고기가 놀 수 있다. 대한민국 최대 규모와 최고의 실력을 갖춘 대학병원도 연 매출이 2조~3조 원에 불과하다. 병상 수가 3000~4000에 이른다. 그러나 메이요클리닉은 불과 800병상이다. 20조 원 매출에 20조 원의 기부를 달성하고 있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다섯 남매 모두 토성초를 졸업했다.
▶나는 부산 토성동에서 출생했다. 토성초, 대신중, 경남고를 졸업했다. 중학교 때 괴정으로 이사했다. 다섯 남매 중 막내다. 모두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다. 어릴 때 제일 친한 친구의 아버지가 부산대병원 마취과 교수였다. 그 사무실로 자주 놀러가곤 했다. 초등학교 친구로는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 채동헌 변호사가 있다. 고등학교 친구로는 지동섭 SK온 사장, 김용식 현대건설 고문, 정헌준 클레어픽셀 대표 등이 있다. 아버지는 거창농고와 부산사범을 졸업했다. 어머니는 함흥사범을 마치고 1·4 후퇴 때 피란와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아버지와 만나 결혼했다. 어머니가 먼저 국제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아버지도 토성동에서 인쇄소를 열었다. 사업하는 작은 형과 누나 한 분이 부산에서 살고 있다.
-부울경에 세계적 인프라를 갖춘 병원이 생겨야 한다.
▶싱가포르가 동남아 허브라고 한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에서 돈 많은 환자가 몰려간다. 사실 싱가포르의 의료 수준은 우리나라에 못 미친다. 뇌혈관 치료 분야도 마찬가지다. 규제가 없고 언어소통이 원활한 것이 부산과 다른 차이다. 이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 하드웨어로는 해운대를 중심으로 세계적이다. 천혜의 자연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글로벌기업 유치에도 유리하다. 싱가포르를 뛰어넘는 아시아지역 의료 허브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정책적 뒷받침이 이루어져야 한다. 먼저 부산에 국내 최고 수준의 병원이 생겨야 한다. 외래에서 고향 지역에서 오는 환자를 많이 만난다. 새벽 기차와 비행기로 서울까지 오고 있다. 부산에도 훌륭한 의사가 많다. 그런데 그들이 굳이 서울로 오는 까닭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 환자 접객 서비스와 시설과 좋은 의료인력으로 전국에서 부산으로 환자가 몰려가도록 하면 좋겠다.
◇ 신용삼 교수는
▷1964년 부산 토성동 출생 ▷학력 : 부산 토성초·대신중·경남고 졸업, 연세대 의대 졸업·의학박사 ▷경력 : 연세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인턴 및 신경외과 레지던트, 신경외과 전문의 취득, 주한 미 8군 121병원 신경외과 과장, 신촌세브란스 신경외과 및 방사선과 강사, 아주대병원 신경외과 조·부교수, 뉴욕루즈벨트병원 중재방사선학 연수, 대한뇌혈관내수술학회장, 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현재),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 및 뇌졸중센터장(현재), 심뇌혈관센터장, 대외협력부원장,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장, ㈔이도 이사장(현재) ▷진료와 연구 : 국내 최초로 신경외과 및 영상의학과 전임의 과정 복수 수료, 뇌동맥류 수술 및 혈관 내 색전술 약 6000례 시술, 약 6000례의 뇌동맥류 치료 경험, 혈류전환용 스텐트 및 WEB 국내 최초·최다 시술, 국제학회 Busan Bi-Neurovascular Symposium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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