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을 빛낸 출향인 <20> 이은형 국민대 경영대학장
MZ세대와 소통 강조한 그녀, 기업 이사회 성평등 앞장도
“코로나 19 팬데믹이 대학의 디지털 혁신을 적어도 10년 이상 앞당겼다.”
이은형 국민대학교 경영대학장은 팬데믹 상황을 대학의 혁신과 반전을 꾀하는 발전의 기회로 삼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대학 디지털 혁신의 선두주자로 평가받는 이 학장은 차분하지만 강한 어조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과정을 설명했다. “팬데믹이 오기 전까지는 전통적인 학습방식을 고집하며 변화하지 않았던 대학이다. 지금 어쩔 수 없이 변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온라인 강의와 현장 강의는 각기 장단점이 있다. 앞으로 학습 효과를 최대한 올리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강의가 가능하게 되었다. 대학 교육의 혁신을 과감하게 도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대학에서도 198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2000년대생을 포함하는 Z세대를 합쳐 일컫는 MZ세대와의 소통이 핵심 이슈 중 하나다. 이 학장은 이 문제도 함께 풀어가고 있다. 이 학장이 쓴 ‘밀레니얼과 함께 일하는 법’이라는 책은 2019년 출판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정치 사회 기업 곳곳에서 세대 차이로 인한 문제가 중요 난제(難題)로 등장한 탓이다. 이 학장은 국민대 인재개발원장을 겸하고 있다. MZ 세대가 주를 이루는 대학생과의 진정한 소통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이런 그를 두고 후배 교수들은 “경청하는 선배” “과감하게 일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섬세하게 구성원의 어려움을 챙기는 리더”로 평가한다.
이 학장은 팬데믹이 강타한 분야 중 하나인 교육 현장의 리더로 1년 반의 임기를 어떻게 지나간 줄도 모르게 바삐 보냈다. 지난달 21일 짙은 녹음이 북한산 바람을 타고 시원히 내리는 국민대학교에서 이 학장을 만났다. 그는 “부울경 메가시티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은 없지만 고향이 잘되게 하는 일이라면 필요한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 돕겠다. 애정은 여전하다”며 환히 웃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학이 많이 바뀌었다.
▶전통적인 교육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가 갑자기 디지털 시대에 맞는 교육 시스템으로의 전환기를 맞았다. 등산을 기대했는데, 비키니 입고 수영하게 된 상황이라고들 한다. 코로나가 없었다면 전통적 교육방식, 교과과정을 고집하며 아마도 더 이상 버티기 힘들 때까지 갔을 것이다. 대학의 기회다. 교과과정을 완전히 새롭게 하고 온라인 교육의 품질을 향상하려고 애쓰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을 적절히 조화해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어도 대학교육은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온라인 강의, 오프라인 강의, 그리고 하이브리드(온·오프라인 병행)를 다양하게 시도하면서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혁신을 이루어갈 것이다.
-경제부 기자와 산업부 외신대변인을 지냈다.
▶경향신문에서 경제부 기자로 활동하던 중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위기가 발발했다. 기자가 정말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세계 경제에도 밝아야 하는데 스스로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장 부족한 것이 글로벌 마인드, 경제 공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당시 영어로 공부하는 KDI국제정책대학원이었다. 전 세계 국가에서 온 외국인 학생과 함께 경제, 경영을 공부하는 곳이다. 졸업할 무렵 경제부처 6곳에서 외신대변인을 공모했다. 경제부 기자 시절 출입했던 산업부에 응모해 합격했다. 국가적 어려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 블룸버그, 로이터,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등의 기자에게 한국 경제와 정책을 열심히 설명했다. 외국인 기자가 한국 정부의 경제정책을 잘 이해하게 하는 것이 임무였다. 2년4개월 동안 정말 열심히 일했다. 대한민국은 성공적으로 외환 위기를 극복했고, 더 공부하고 싶어 같은 대학원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다양한 전문가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산업부에서 규제샌드박스(규제특례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는 스타트업 기업을 위해 규제를 풀거나 시범사업을 승인하는 역할을 한다. 그동안 기획재정부 중장기전략위원회, 동반성장위원회 공익위원, 공공일자리위원회 민간위원,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국무총리실 자체평가위원, 기획재정부 공기업 경영평가위원, 산업자원부 산업발전심의위원, 기획예산처 연기금 평가위원, 서울보증보험 사외이사 등에 참여했다. 현재 SC제일은행의 사외이사이며 리스크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성 리더십에 대한 활동이 두드러진다.
▶논문은 여성 리더십과 관련된 게 가장 많다. 한국 기업에서 여성 리더가 희소한 원인을 분석하고 연구했다. 세계여성이사협회(WCD)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전 세계 여성 이사(기업의 이사회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비영리 기구다.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는 2020년 자본시장법 개정안 입법을 주도했다.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의 기업이 이사회를 구성할 때 특정 성으로만 구성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여성 정책의 핵심은 여성을 배려하고 더 잘해줘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성별, 나이, 국적 등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포용적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포용적인 사회, 포용적인 문화가 갖추어지면 자연스럽게 차별이 없어진다.
-어떤 유형의 리더십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보나.
▶포용적 리더십이 가장 바람직하다. 모든 사람이 존중받고, 모든 사람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직 문화를 만드는 리더가 필요하다. 역사 속 인물 중 포용적 리더를 꼽으라면 세종이라고 생각한다. 능력이 있고 나라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장영실 같은 관노 출신도 과감하게 발탁하고 중용했다. 미국 기업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셰릴 샌드버그 같은 리더십이 모델이다. 샌드버그는 자신이 탁월한 경영능력을 발휘하는 뛰어난 경영자이면서 동시에 후배 여성의 성장을 위해 ‘린인재단’을 만들어 노력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와 기성 세대 간 조화가 가능한가.
▶디지털화가 급속하게 이루어지는 가운데 밀레니얼 세대는 디지털 원주민이고, 선배 세대는 디지털 이주민이라고 보면 된다. 디지털 원주민의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선배가 더 많이 알고, 옳다고 할 수 있었다. 이제는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힘과 능력면에서 원주민인 젊은이를 이끌어 갈 수 없다. 오히려 그들이 가진 디지털 역량을 어떻게 하면 잘 발휘하도록 할지, 선배세대가 가진 경륜과 경험을 어떻게 조화롭게 연결시킬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어린 시절 이사가 잦았더라.
▶경북 청도에서 났지만 세 살 때 대구로, 여섯 살 때 부산으로 이사했다.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청도의 할아버지 댁과 밀양의 외할아버지 댁에 머물다 왔다. 외할아버지는 보성고보에 다니던 시절 ‘천재’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뛰어난 분이셨다. 외가에 가면 책이 무척 많았고 그 책들에 파묻혀 방학을 보내곤 했다. 이 시절 경험과 추억이 있어 도시에서 자랐지만 시골 생활이 지금도 익숙하고 정겹다. 친정 어머니와 동생이 있어서 1년에 여러 차례 부산에 간다.
-오늘을 만든 가장 중요한 기반은 무엇인가.
▶‘공동체에 대한 책임과 관심’은 대학 시절 체득했다. 20대 중반 이후 기자로서 많은 리더를 인터뷰하고 그들과 사적 교류를 하며 많이 배웠다. 그것이 오늘의 나를 있게 한 대단한 자양분이다. 오종남 서울대 자연과학대 SPARC 주임교수,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인생의 멘토다. 대학 시절의 스승이신 정옥자 선생님도 지금까지 좋은 말씀을 해주신다. 대학에 와서 좋은 동료를 만난 것도 내게 큰 영향을 미쳤다. 헌신적으로 키워주신 부모님께 감사하고 싶다.
-고향의 미래를 생각해 본 적 있나.
▶부울경 메가시티 프로젝트를 들으면서 크게 공감했다. 서울과 지방을 오갈 때마다 지역 격차가 너무 심하다는 것을 느꼈고, 이는 반드시 해소해야 할 국가적 과제라고 생각한다. 서울과 수도권은 폭발할 지경으로 인구밀도가 올라가는데, 지방 소도시는 소멸을 걱정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역 자체적인 비전과 전략이 필요한데 부울경 메가시티는 그런 면에서 방향을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 수도권에서 가장 먼 곳에 위치한 부울경이 지역 거점으로서 발전한다면 국토 전반의 효용성과 균형 발전이 크게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부울경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기를 바라며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겠다.
◇ 이은형 학장은
▷경북 청도 출생 ▷학력 : 연산초등·이사벨여중·동래여고 졸업, 서울대 국사학과 졸업, KDI 국제정책대학원 경영학 석사 및 박사 ▷경력 : 국민대 경영대학장 겸 국민인재개발원장(2020.2), SC제일은행 사외이사(2016.10), 한국여성경제학회 회장(2017.2~2019.2) ▷논문 : 사회적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본 남녀 관리자 임금차이(2014), 인적자원 개발과 개인 차원의 조직 성과의 관계:성별 및 유형별 차이를 중심으로(2010), 한국 대기업 최고 경영자가 기업성과에 미치는 영향(2008) 외 ▷저서 : 밀레니얼과 함께 일하는 법(2019), 기업의 시대를 읽는 새로운 경영학(2018), 젠더와 경제학(2012, 공저), 전략적 디자인 경영(2007), 경영자 교체의 선행요인과 성과(2006), 효과적인 경영승계 관리(2006)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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