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을 빛낸 출향인 <2> 윤희웅 법무법인 율촌 대표 변호사
국제 법률시장 개척… 동남아·러 등서 ‘글로벌 로펌’ 잰걸음
어느 분야든 시대의 변화를 이끄는 리더가 있다. 세상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 탁월하고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는 개척정신을 갖춘 이들이다. 세상은 그들을 ‘퍼스트 무버’라 부른다. 우리나라 최초의 TV 법정 드라마는 1980년 MBC ‘홍 변호사’로 알려져 있다. 법정에서 사회적 약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인권 변호사역을 배우 박근형 씨가 열연했다. 40년이 지난 지금 tvN의 ‘빈센조’에서 배우 송중기 씨는 거대 기업의 비리를 응징하는 변호사로 인기를 끈다. 법률시장은 단순히 ‘법정의 변호인’을 넘어서 세상을 바꾸는 ‘결정적 시간’을 만드는 영역까지 확대됐다. 법의 세계에서 국경은 무의미하다. 개인 기업 국가도 법의 세계에서 예외가 아니다. 수십 년 전 이런 변화를 준비하고 실행해온 이가 법무법인 율촌의 윤희웅(57) 대표 변호사다. 그는 1989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당시에 법률시장에서 생소한 분야였던 국제자본시장을 파고들었다. 관련 분야는 최대 법률시장이 됐다. 율촌은 설립 22년 만에 국내 로펌 가운데 매출액 ‘톱 4’로 올라섰다. 조세 소송 승소율은 70%에 달한다. 윤 대표 변호사를 지난 1월 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테헤란로에 있는 파르나스타워 39층에서 만났다. 그는 ISD(투자자-국가 간 소송), 반 덤핑 등 국제법률 분쟁이 거의 일상이 된 세상에서 세계 수준의 법률 서비스는 선진국이 갖춰야 할 기초체력이라고 강조했다. 부산 출신인 윤 대표는 부울경이 4차 산업에 승부를 걸면 아시아 최고의 도시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율촌의 성장 비결은 뭔가.
▶‘율촌(律村)’은 김앤장과 우방 출신 두 변호사가 주도해 ‘뜻을 모으고 실력을 합쳐 법률가의 마을을 세우다’는 의미로 1997년 설립했다. 회사법 금융 공정거래 송무 조세 부동산과 건설 및 지적재산권 노동 해외 투자 등 기업활동 전반에 걸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6명의 변호사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변호사와 회계사, 변리사 등 530명의 전문가를 포함해 900여 명이 모인 대형 로펌으로 성장했다. 러시아 중국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에 해외 사무소를 두고 글로벌화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쏟고 있다. 2019년 매출 기준 2250억 원, 2020년 2450억 원을 달성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전문성과 협업 정신을 경영 전반에 적용한다. 율촌의 DNA는 한마디로 ‘팀플레이’라고 할 수 있다. 파트너 선정과 수임 사건 해결에도 ‘팀 플레이 업무 처리 시스템’을 적용한다. 이익의 분배도 이에 따른다. 지난해 업계 처음으로 소속 변호사 전체 의견을 모아 ‘정도를 걸으며 혁신을 지향하는 최고 전문가 공동체’라는 비전을 수립한 것도 이런 문화에서 나왔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사단법인 온율’을 설립했다. 치매 환자의 성년후견제 등 법률적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율촌의 대표적인 성과를 소개해 달라.
▶작년 굵직한 M&A 거래를 성사시켰다. 한국푸르덴셜생명보험 주식을 KB 금융지주에 매각했고, 대금은 2조3000억 원대에 달했다. 국민적 관심사였던 쏘카의 ‘타다 서비스’ 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 형사소송에서 승소했다. 그런데 정치권에서 법을 바꿔 사업은 접었다. 혁신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절감했다. 그래도 국내 모빌리티 산업에서 공유경제 모델과 혁신 산업에 대한 규제의 기틀을 만드는 분수령이 됐다. 국내 스타트업 중 최대 규모인 2000억 원대의 마켓컬리 지분 투자 거래와 KT 스카이 라이프의 현대 HCN 인수 자문 등도 있다.
-글로벌화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안다.
▶글로벌 전략에서 앞서 있다고 자부한다. 서구 로펌의 활동이 많지 않고 한국 기업의 진출이 상대적으로 많은 동남아와 러시아 등 율촌의 강점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지역을 선별해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2010년 대형 로펌 가운데 최초로 호찌민과 하노이에 진출했다. 2015년에 러시아 모스크바와 중국 상하이에 진출했고, 2017년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를 잇는 ‘동남아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반면 서구 지역에서는 해당 지역 대형 로펌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글로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북한팀과 스포츠 문화팀도 있는 것으로 안다.
▶오래전부터 북한팀을 만들어 관련 자문을 한다. 현재는 실질적인 대북사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주로 미국의 제재 아래에 가능한 사업을 검토하는 등 ‘제재 전담팀’ 위주로 운영된다. 조세 부동산 건설 기업법무 국제중재 해외 분야 등의 전문가 30여 명이 전통적인 북한 관련 업무 영역을 고도화·전문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998년 현대아산과 현대상선의 개성공업지구, 금강산 관광사업 및 북한 전역에 걸친 프로젝트에 관해 초기부터 자문했다. 북한 당국과 협상 등을 통해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경험을 쌓았다. 스포츠 문화 분야에는 강 다니엘의 변호를 전담했던 스포츠엔터테인먼트팀이 있다. 음반 공연 영화 방송 등의 문화 산업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법률 지원을 위한 방송 통신 및 체육문화산업 분야 전담팀을 2005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야구선수 이대호의 미국 진출을 돕기도 했다.
-3인 공동대표 체제가 가동 중인데, 윤 대표의 목표는 뭔가.
▶냉철한 판단과 온화한 리더십을 발휘하고자 애쓰고 있다. 혁신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10년 안에 국내 법률 시장도 완전히 개방된다. 20년 전 일본의 법률시장처럼 외국 거대 로펌과 싸워야 하는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상류로부터 빠르게 흘러내리는 강물에 보트를 띄워 강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형국이다. 이를 위해 ‘퍼스트 무브’라는 혁신을 위한 R&D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이미 진출한 해외에 한정하지 않고 전 세계 법률시장을 향해 디지털 영토를 확장할 계획이다. 10년 내 국내 로펌 1위가 되는 것이 목표다. 임기 안에 궁극적으로 최고 일류 로펌으로 100년 이상 가는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
-4차 산업시대에 대응한 율촌의 전략은.
▶IT 기반 법률서비스 제공을 주도하고 있다. 그동안 조세조약 해당성, 세금 관련 거주자성 평가, 건설, 제약 컴플라이언스(준법경영) 등 분야에서 4개 이상의 앱을 개발했다. 투자자와 기업인들의 거주자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앱 개발은 국내 로펌 중 최초다. 준법 감시와 관련한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리베이트 관련 규정 준수 여부를 평가하는 앱을 개발해 국내 최초로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로부터 혁신상을 받았다. 이런 법률 정보화는 발전 가능성이 큰 분야로 시장의 변화와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앞으로 판례 분석, 기존 판례의 해당 사안에 관한 적합성 분석까지 AI(인공지능)가 수행하게 될 것이다. 문서 자동화와 앱 개발 등 법률지식과 정보에 기술력을 덧입히는 ‘리걸테크(Legal Technology)’ 개발도 추진할 것이다.
– M&A 전문 변호사로 명성이 높다.
▶기업 M&A 자문을 주로 해 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롯데그룹이 벨기에 초콜릿 기업 길리안을 인수하는 것을 도운 일이다. 한국기업이 외국에서 외국기업을 인수한 첫 사례다. MBK 파트너스를 대리해 홈플러스를 인수한 것을 비롯해 롯데쇼핑의 하이마트 인수,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제일은행 인수, 롯데케미칼의 말레이시아 타이탄 케미컬(Titan Chemical) 인수 등의 수많은 조 단위 딜을 수행했다.
-고향에 추억이 많을 것 같다.
▶아버지는 남해, 어머니는 삼천포 태생이셨다. 나는 부산에서 태어났고 다섯 형제 중 막내다. 제일 큰형부터 셋째 형까지 계신 부산을 자주 찾는다. 셋째 형이 해운대 성모안과병원 원장이다. 넷째 형은 경남 사천에 있는 KAI(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한국형 전투기 개발의 주역으로 근무하다 지금은 항공관련 인증 기관에서 일한다. 나는 범천동 공작창 부근에 있던 신암초와 개성중을 졸업했다. 초등학교 때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아버님이 하시던 범천의원에서 예방주사를 주기적으로 맞았다. 초·중학교 시절 남포동에서 영화를 보고, 완당을 사 먹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수도권 집중으로 지역사회가 고충을 겪고 있다.
▶부울경 메가시티화는 미래 트렌드에 부합한다고 본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면 일정한 규모 이상의 경제가 구축되고 일관되고 통일된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 기존 산업 인프라에 4차 산업시대에 맞는 기업을 유치하고 관련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새 틀을 짜야 한다. 과감하고 혁신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실행할 인재가 모여야 한다. 아울러 부울경이 원래부터 서로 같은 정서를 가진 하나의 공동체라는 인식을 가지고 한마음으로 목표를 향해 움직여야 한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데이터 산업 등 디지털 4차 산업과 핀테크 산업 육성에 중점을 두면 부울경은 아시아와 극동의 최고 도시가 될 것이다.
◇윤희웅 대표 변호사는 누구
▷1964년 부산 출생 ▷1983년 성도고 졸업 ▷1987년 서울대 법대 졸업 ▷1989년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1996년 사법연수원 국제계약 실무강사 ▷1997년 미국 조지워싱턴대 법학대학원 법학석사(LL.M),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취득 ▷2001년 법무법인 (유)율촌 변호사 ▷2004년 공정거래위 경쟁정책자문위원 ▷2005년 법무부 기업환경개선위원,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고문변호사 ▷2010년 증권거래소 상장폐지실질심사위원 ▷2012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위원 ▷2013년 국민연금 대체투자위원, 금융감독원 자체규제심사위원, 보건복지부 투자정책전문위원, 미래창조과학부 고문변호사 ▷2016년 한국거래소 코스닥 스타트업 자문위원 ▷2019년 율촌 대표 변호사 ▷2008년~ Asia law M&A 및 capital market leading lawyer 등 다수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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