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을 빛낸 출향인 <4> 김영훈 고려대 의료원장 겸 의무부총장
“바이러스 캠퍼스를 백신 기지로” 감염병 신약 연구 이끈다

 

김영훈(63) 고려대 의료원장 겸 의무부총장은 해마다 500명 넘는 심장병 환자에게 새 삶을 찾아준다. 김 원장은 부정맥 치료법을 끊임없이 연구해온 국내 최고 권위자다. 김 원장에게서 치료법을 배우려는 해외 의사의 발길이 이어진다. 의사와 스승으로서 업적은 산처럼 높다. 김 원장은 통일부 산하 재단법인을 설립해 통일보건의료를 대비해 왔다. 제자들의 의사 국시 기회가 막혔을 때 국민 앞에서 “예비의사인 제자를 용서해 달라”고 머리를 숙이는 용기를 냈다. 김 원장은 설립 100주년을 앞둔 고려대 의대를 한국의 대표 의대와 병원으로 만들기 위해 여념이 없다. 고향 부산 울산 경남의 의료발전 방향으로 초고령 사회에 대비한 실버전문병원의 고도화를 제시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고대 의료원장실에서 그를 만나 도시락 오찬을 함께하며 ‘의료인 김영훈’의 내면을 들여다봤다. 이후 한 차례 더 서면으로 보완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고려대 의대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일선을 이끌고 자문하는 의료인 대다수가 고려대 의대 출신이다. 오늘날 고려대가 감염과 바이러스 분야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게 된 계기가 있다. 한탄 바이러스를 규명하고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백신연구소 설립을 주도한 분이 이호왕 박사다. 이 박사는 서울대를 졸업했지만 고려대에서 줄곧 연구했다. 저의 스승인 고 박승철 내과 교수는 후학에게 감염내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을 지낸 김우주 교수를 비롯해 많은 전문가가 그의 제자다. 미래 의학의 비전을 한발 먼저 내다 본 선배 교수들이 오늘의 고려대 의대와 의료원을 만들었다. 이런 전통을 기반으로 고려대 의대는 제2의 팬데믹에 대비할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옥스퍼드와 함께 작품(코로나19 백신)을 만든 것처럼 우리도 한다. 방역과 연구 등 전담팀을 만들어 어떻게 시대 요구에 부응할지 찾고 있다. 정릉 바이러스 캠퍼스를 만드는 게 그 출발이다.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 기지이자 연구 기반을 함께하는 사이언스 파크(Science Park)다. 오는 6, 7월 중 고려대 의료원 집행부 모두 새로이 준비되는 정릉캠퍼스로 터전을 옮긴다. 세계적 수준의 미생물 연구를 위한 동물실험실, 신약 개발을 위한 새 인프라를 만든다. 민간 차원의 글로벌 백신 플랫폼이 될 것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건데,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결국 누가 많은 데이터를 갖느냐는 경쟁이다. 빅데이터와 AI(인공지능)가 핵심이다. 바이러스에 특화된 해외 교수를 영입했다. 스탠퍼드대학에서 면역 셀 가운데 T셀을 연구한 전문가다. 빅데이터 전문가도 새로 채용했다. 바이오 인포메틱스(Bio Informatics) 전문가와 통계 전문가, 단백질(프로테인) 전문가도 영입한다. 2019년 말 원장 부임 후 6개월 만에 36명의 교수를 선발했다. 과거 15~20명이 최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파격이다. 한 학기 만에 교수 33명과 특별영입 3명을 선발했다. 고려대 의대가 지향하는 초일류는 인프라와 인재가 전제돼야 한다. 고도로 인텔리전트화하고 사물인터넷(IoT)이 일상화될 것에 대비해야 한다. 의료정보통합시스템(EMR), 개인 데이터와 개별 병원 간 데이터의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차세대 병원의료정보시스템 시대가 곧 개막한다. 안암병원을 선두로 3월부터 3개월 간격으로 6월 구로, 8월 말 안산이 마무리된다. 3차 병원 3개를 연결해 3000병상 이상의 규모를 확보한다. 빅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플랫폼이 완성되는 것이다. 사용자와 의료인의 단일 체제화, 임상데이터 저장댐(저장고:CDW-clinical data warehousing)이 만들어진다. 네이버 크라우드와 함께한다. 이로써 EMR을 전적으로 새롭게 재편하는 것이다.

-고려대 의대가 통합 100주년을 앞두고 있다.

▶1928년 경성여자의학강습소로 출발해 서울여의전-수도의대-우석의대를 거쳐 고려대 의대로 전환했다. 2028년이 100주년인데,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고자 한다. 인재 영입과 이를 위한 평가 시스템 개발, 건물의 리모델링과 스마트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교수와 학생은 가치의 근본이 어디서 출발했는지에 대해 각성하고 그것을 매일 만나는 환자와 연구와 학회 활동 등에서 구현해내야 한다. 로제타 홀(1865~1951, 미국) 여사가 경성여자의학강습소를 설립했다. 여성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없고 병을 앓아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던 시절이다. 남성 의사에게 몸을 보일 수 없었던 여성, 모성보건의 열악한 현장을 보고 여성 의사를 체계적으로 양성했다. 그것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 대학의 존재 이유를 그 가치, 창립 정신에서 찾아야 한다. 구로와 여주, 반월(안산) 등 열악한 공단 지역에 고려대는 부속병원을 세웠다. 규모가 아니라 이 같은 고려대 의대만의 가치를 치열하게 되새기며 연구하고 의료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고려대 의대와 의료원의 비전은.

▶산하 3개 병원 모두 3차 종합병원인 유일한 의대이다. 두 개의 연구중심병원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가 만든 임상의료기기가 해외 시장에 나갈 수 있는 플랫폼, 국내 최초의 국제의료기기 임상센터를 시작했다. 의료가 단순히 환자를 보는 현장이 아니라 의료 산업화로 나갈 수 있는 테스트베드와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TOP 3가 목표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THE(Times High Education-국제화와 산업화, 교수와 학생 비율) 순위에서 고려대 의대는 200위였다. 2020년 90위다. 조만간 50위 안에 들 것이다. 현재 100위 안에는 서울의대, 연세의대, 성균관의대 등이 진입했다. 산업화 지수는 전체 63위인 연세대가 100점을 받은 반면 우리는 60점이다. 반면, 우리 대학 교수의 논문 피인용 수는 국내 최고다. 이것이 고려대 의대의 저력이다. 팬데믹 후 시대정신을 이끌 인재가 잘 클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의료원 자체 내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연구 풍토를 만들겠다. 10년은 지원해야 할 것이다. 감염, 뇌 신경, 심장 등의 분야에 이미 상당히 준비된 이가 많다. 국내를 넘어 아시아권 나라를 위한 전문가 양성조직(Center of excellence)이 될 것이다. 그를 위한 구체적인 목표가 10개 분야 최고(Ten the best)를 만드는 것이다.

-제도와 법을 바꾸고 만드는 일과 남북보건의료 협력에도 애를 썼다.

▶환자가 더 나은 의료 혜택을 받게 하려는 노력은 직접 좋은 치료를 해서 환자를 돌보는 것만큼 중요하다. 법 제정과 신기술 도입에 의한 치료의 중요성을 국민과 정부, 입법 의원에게 알리려 애썼다. 현재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북한 주민, 특히 영유아, 산모, 결핵 환자 등을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후손에게 건강한 한반도를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남북 의료인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팬데믹을 이기는 길은 단절과 봉쇄를 뛰어넘는 초연결이다. 감염병 핫라인이 필요하다. 북한 주민의 건강과 의료에 대한 정보공유, 북한에 대한 이해 수준을 체계적으로 높여나가는 노력이 절실하다. 남북 간 생명의 끈을 연결하는 것, 끈이 되기 위해 저에게 주어진 책무를 마다하지 않겠다.

-부울경의 병원과 의료는 어떤가.

▶서울 못지않은 대한민국 최고 수준이다. 고려대 의대에서 부정맥 시술 훈련과 연수를 받고 현재 부울경에서 교수로 활약하는 분이 있다. 과거에는 시술과 학회, 심전도 강좌를 위해 매년 방문했다. 앞으로 의료인 연수, 교육 프로그램 활성화, 중증질환 케어와 전문 간호사 양성 교육으로 범위를 넓혀 부울경 의료기관과 협력하겠다. 글로벌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일수록 지역이 특색 있게 성장해야 한다. 아시아 최고 멋진 미래 도시, 아름다운 항구 부산, 해양과 연계한 리조트와 바다 공원이 휴양뿐만 아니라 바이오미래의료산업의 메카가 되는 꿈을 꾸면 좋겠다. 부울경은 AI 및 의료 데이터 댐 구축과 함께 초고령 사회에 대비한 실버전문병원을 고도화하고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테스팅 베드가 필요하다. 또한 일본 대만 중국 아태 지역의 초연결 의료 망을 구현하기 위해 최적의 입지를 갖고 있다. 미래 스마트 의료도시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 김영훈 고려대 의료원장 겸 의무부총장은 누구

▷1958년 대구 출생 ▷부산 대신초·영남제일중·경남고 ▷1983년 고려대 의대 졸업 ▷1992년 순환기내과학 박사 ▷1990년 고려대 부속병원 순환기 내과 전임의 ▷1994 고려대 내과 조교수 ▷1997년 젊은 연구자상 (미국 심장학회) ▷2005년 제1회 아시아태평양 심방세동 심포지엄 조직위원장 ▷2006년~ 미국 에버트(Abbott)사 부정맥 책임시술자 ▷2008년 미국 하버드 대학 부속병원 메사추세츠 종합병원 교환교수 ▷2010년 바이엘쉐링 임상의학상(대한의학회) 수상 ▷2012년 고려대 안암병원 심혈관센터장, 미국 심장학회와 부정맥학회 정회원 ▷2014년 고려대 안암병원장, 아시아태평양 부정맥학회장 ▷2016년 고려대 대학원 통일보건협동과정 주임교수, 남북보건의료교육재단 운영위원장 ▷2017 대한부정맥학회장 ▷2018년~ ㈔부정맥을 이기는 사람들 이사장 ▷2019년 존스홉킨스 대학병원 교환교수 ▷2019년 12월~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