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을 빛낸 출향인 <37> 한양대 류마티스병원 유대현 교수
난치성 류마티스 치료법 개발…유럽서 기초의학 최고상도
‘성인형스틸병’과 ‘염증성근염’은 류마티즘 질환 치료 중 비교적 까다롭다. 이 질환은 발열, 피부 발진, 관절염 등의 전신 증상을 나타낸다. 정확한 활성도 측정을 통한 최적의 치료법 찾기가 어렵다.
유대현(64) 한양대학교 류마티스병원 교수는 이 두 질환에 집중해 왔다. 그는 환자의 혈액에서 사이토카인(인터류킨 18)을 직접 측정, 활성도를 반복 확인한 뒤 그 결과를 환자 치료에 적용한다. 이제는 공인된 그의 치료법은 그가 스스로 만들었다. 물론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IRB)의 승인을 거쳤다. 타당성 입증 결과를 연구해 논문으로 발표했다.
그가 주 대상으로 하는 또 한 가지 질환은 류마티스 관절염. 특히 이 질환에서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할 때 문제가 되는 잠복 결핵의 진단과 치료는 상당히 중요한 이슈였다. 생물학적 제제로 치료하기 전에 잠복 결핵을 검사하고 추후 검사는 하지 않는 것이 기존 권고안이었다. 유 교수는 이를 뒤집었다. 추후검사의 유효성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를 처음 발표했다. 이제는 추가 검사가 필요하면 잠복 결핵에 관한 추적 검사가 권장되고 있다. 이처럼 끊임 없이 난치성 류마티스 환자의 치료에 새로운 길을 연 그의 진료실은 늘 만원이다. 전국에서 치료 중인 환자들과 대학병원 교수들까지 그에게 2차 의견을 구한다. 그러고도 치료가 불충분해 그를 찾아오는 환자가 많다.
유 교수는 석사 과정에서 호흡기(내과)를 전공했다. 수석전공의 때 류마티스 질환에 관한 전국적인 관심이 높아졌다. 유 교수가 류마티스학 분야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이때부터다. 류마티스 질환은 자가면역질환이다. 면역학이 병인(病因)에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자연스럽게 류마티스학으로 연계됐다. 호흡기학 지도교수 이정희, 류마티스학 스승 김성윤 두 한양대 교수에게서 배웠다. 미국 연수 때 만난 뉴욕 특수외과병원 스티븐 프리드만 교수는 연구의 기본을 끌어주었다. 그간 유 교수는 해외 SCI 논문 170여 편을 발표했다.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CT-P13의 임상시험 결과’는 무려 700회가 넘게 전 세계 연구자에게 인용(citation)됐다. 이런 업적을 인정받아 2020년 대한류마티스학술상을 받았다. 대한류마티스학회 이사장(2012~2014) 재임 때 생물학적 제제 사용 환자 등록사업(KOBIO)을 시작했다. 류마티스학 교과서 집필도 주도했다.
세계 최초의 바이오시밀러도 유 교수의 손을 거쳤다. 2013년 유럽 식약품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이다. 관절염, 염증성 장염, 건선 등의 치료제로 쓰이는 셀트리온의 복제약이다. 유 교수는 이 제품 개발 성공에 가장 크게 기여한 국제임상 책임연구자로 초기부터 참여했다. 한양대 류마티즘연구소 소장(2005~2019)과 류마티스병원장(2019~2021)을 지냈다. 지난달 3일 오전, 출근길 부산함이 채 가지 않은 류마티스병원 연구실에서 유 교수를 인터뷰했다.
-올해 초 한양대 류마티스병원장 직에서 물러났다.
▶2월 말로 임기를 마쳤다. 오랜만에 보직을 내려놓고 평교수로 돌아왔다. 병원장 임기 2년 동안 코로나 시국에 무엇을 새롭게 펼쳐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렇게 끝나 한 편으로는 아쉽고 팬데믹 시기에 별다른 사건사고 없이 마무리한 데 대해 다행으로 생각한다. 장기 집권(웃음)했던 류마티즘연구소장 직은 2019년 중반에 그만두었다. 이제는 격상되어 류마티즘연구원이 되었다. 나를 포함해 이제까지 병원을 끌어온 교수들의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향후 우리 병원의 지속성을 확보할 전문인력 양성이 가장 큰 관심사다. 류마티즘 국제학술잡지의 편집위원과 셀트리온의 사외이사 등을 맡고 있다.
-국내에서 류마티스병원은 한양대가 유일하다.
▶타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환자들이 찾아온다. 류마티스 환자들의 최종 방문처다. 신규 환자가 10%를 차지한다. 이들 중 절반은 다른 대학병원에서 치료가 되지 않아 마지막으로 찾아오는 환자다. 다학제 유기적인 종합진료를 제공하는 것이 한양대학교 류마티스병원(1998년 개원)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이유이고 역할이라 생각한다. 난치성 류마티스성 질환자들의 치료는 협진이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 류마티스내과와 정형외과, 영상의학과, 재활의학과, 신경과, 피부과, 안과, 진단검사의학과와 반드시 함께 진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병원은 류마티스내과,류마티스재활의학과,류마티스통증의학과,류마티스정형외과,류마티스진단면역과,류마티스방사선과로 구성돼 있다. 그 결과 진료의 수준과 양뿐만 아니라 해당 분야 연구논문 편수나 임팩트 팩터(impact factor), 교수 1인당 연구논문 수에서도 국내 최고수준이다. 종합적이고 독립적으로 류마티즘을 치료하는 병원으로 국내에서 유일하다. 세계적으로도 그 수가 많지 않다.
-류마티즘 전문 의사로서 임상과 연구 각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60대 중반의 환자가 너무 늦게 와서 손도 써보지 못하고 죽었다. 의사로서 가장 마음이 아팠다. 내가 전임강사 시절부터 치료해 온 전신홍반루푸스 환자로 3년 전의 일이다. 오랫동안 치료하면서 합병증이 와도 잘 극복하고 심장 수술도 한 환자였다. 2005년, 염증을 일으키는 사이토카인의 세포 내 신호전달물질이 전신 홍반의 신장염을 앓는 루푸스 환자에게 증가한다는 것을 규명했다. 유럽 류마티스학회가 수여하는 기초의학 분야 최우수(초록)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았다. 그때가 가장 기뻤다. 1989년 모교에 첫 류마티스내과 분과가 개설됐다. 같은 해 류마티스센터도 설립됐다. 이론적인 토대와 방법론 창출을 위한 류마티즘연구소(1993)도 문을 열었다. 김성윤 교수가 한양대 류마티스병원 초대 병원장이다. 그가 산파(産婆)다. 종합적인 류마티스 치료의 새 지평을 열었다. 나는 김 교수의 첫 제자다. 1990년 한양대병원의 첫 류마티스내과 전임의로 시작했다. 미국 뉴욕의 맨해튼에 있는 특수외과병원에서 유급 연구원으로 연수(1994~1996)했다. 면역학의 기본 연구방법을 익혔다. 전신홍반 루푸스의 T림프구 기능에 관한 연구를 주로 했다. 메모리얼 스로안 캐터링 암센터와 록펠러대학, 코넬의대, 뉴욕병원과 함께 연계 강의 및 심포지엄을 통해 세계적인 대가를 만날 수 있었다. 체계적인 시스템과 규모를 갖춘 그들의 학문적 저력을 실감했다. 국내 최초 바이오시밀러의 개발과 수출에 일익을 담당했다고 자부한다. 관절염, 강직성척추염, 염증성장염 등에 쓰이는 셀트리온의 이 치료제는 유럽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임상 도입을 위한 이 연구 과정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해당 제약사는 수천억 원의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국내외 주요 경쟁 제약사들이 함께 도전했다가 실패하고 물러났다. 수천억 원을 날렸을 것이다. 악성림프종, 류마티스관절염, 혈관염에 쓰이는 항체의약품 리툭시맙의 바이오시밀러와 CT-P13의 피하주사제 역시 내가 글로벌 임상연구를 주관했다.
-경남에서 나고 부산과 울산에서 자랐다.
▶고향과 외가 모두 경남 하동군 진교면이다. 아버지는 대를 이어야 하는 책임에 한 살 아래 이웃 처녀와 21살에 결혼했다. 경북대 의대 본과 1학년 학생 신분이었다. 군의관으로 잠시 부산에 근무한 아버지는 대구통합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4살 때까지 고향에서 자란 나는 아버지 졸업 후 부산에서 함께 살았다. 6살 때 아버지 따라 다시 대구로 이사했다. 부모님은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울산으로 이사하셨다. 인제의대 김동욱 교수, 동아의대 정원태 교수 등 류마티스학을 전공한 후배들과 자주 교류한다. 마산에서 안과병원 원장으로 있는 김해곤, 부산에서 교장으로 퇴직한 박홍권이 있다. 아버지(유병철, 1935~2021)는 경남고(9회)와 경북대 의대를 졸업한 뒤 군의관(정형외과) 소령으로 예편했고, 울산시의사회장(1997)을 지냈다. 아버지는 늘 환자와 소통하는 의사로 나의 영원한 롤모델이다. 아버지는 내게 “못 고칠 병을 왜 고친다고 법석이냐” 하셨지만 그런 나를 자랑하고 다니셨다. 나는 5형제 중 장남이다.
-부울경이 메가시티로 장점을 극대화하려 한다.
▶어렸을 때 일이지만 나는 부울경 모두에서 살았다. 그런 면에서 부울경이 하나로 통합되어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본다. 가장 먼저 투자해야 할 곳은 교육이다. 지역 내에 좋은 대학이 많아야 한다. 의료분야 또한 다르지 않다. 부산, 창원, 진주, 울산 지역 내 각 병원의 전문화와 차별화가 중요하다. 메이저병원들과 경쟁하려면 한두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크루즈나 비행편을 이용한 외국인 환자 유치에도 더 유리할 것이다. 지리산 주변이나 영남 알프스 등지에 현대적 치료와 자연요법, 명상이 함께 어우러진 웰빙센터 또한 지역 특성을 살린 좋은 사업이 될 것이다.
◇유대현 교수는
▷1957년 12월 15일 경남 하동 출생 ▷학력 : 대구 신천초, 계성중, 부산 경남고 졸업, 한양대 의학사·의학석사·의학박사 ▷경력 : 한양대병원 내과 전공의·류마티스내과 전임의, 한양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 코넬대 와일스의대 특수외과병원 류마티즘 연구원, 한양대 류마티즘연구소장, 한양대 의대 의학교육실 주임교수·내과학교실 주임교수 겸 서울병원 내과과장, 한양대 류마티스병원장, 셀트리온㈜ 사외이사 ▷학회 : 대한류마티스학회 이사장, 류마티스학연구재단 이사장, 대한류마티스학회장, ‘국제류마티즘질병’ 부편집인, ‘임상면역전문가리뷰’ 편집위원, ‘애널스메디신’ 류마티스색션 편집위원, 아·태평양 류마티스학회 학술위원장, 부회장 ▷수상 : 대한류마티스학회 우수논문상, 유럽류마티스학회 기초과학 분야 최우수 초록상, 대한류마티스학술상
댓글을 남겨주세요